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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식 칼럼] 일본의 독도 시치미 떼기


박성수 기자 / press@syinews.co.kr입력 : 2018년 06월 28일
ⓒ 속초양양인터넷뉴스

`시치미`의 원래 뜻은 매의 꽁지나 발목에 다는 명패이다. 삼국시대부터 매 사냥은 벼슬아치나 풍류 좀 아는 한량이면 거개가 매 사냥을 즐긴 모양이다. 13세기 말 고려 충렬왕에 이르러서는 ‘응방(鷹坊)’이란 매 사육 기구를 두고 종3품의 벼슬인 도감을 둘 정도로 소중히 여겼다. 특히 사냥을 할 수 있는 보라매로 키워내기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훈련을 위한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였고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다. 그러다보니 사냥매를 탐하는 일이 종종 생기게 되었고, 송사도 잦았다. 매의 주인은 도둑맞거나 서로 뒤바뀌는 것을 막기 위하여 자신만의 특별한 표지가 필요했다. 그리하여 사냥에 지장이 없도록 소뿔로 얇게 만든 단장판이라고도 하는 명패를 꽁지 털 속 매달았는데, 이것을 `시치미`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시치미가 고려시대 응방에서는 매의 주인의 이름을 달지 못하고 원(元)나라의 강권에 못 이겨 조공으로 바쳐진 적도 있었다.

주인의 시치미가 없거나 떼이면 누구의 매인지 알 수가 없다. 설령 매의 주인이 자신의 매임을 확신하더라도 이를 증명하기 위하여 요모조모를 살펴 판관이나 주변에 입증해야 하는데 송사가 벌어질 것을 대비한 상대자도 그 정도는 대비하고 있었을 터이다. 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난감하고 답답할 노릇이다. 그리하여 요즘에도 흔히 쓰는 "정말 그렇게 시치미 딱 잡아 뗄 거야?"라는 말은, 자기가 하고도 하지 아니한 체하거나 알고도 짐짓 모르는 체할 때 쓴다.

지금의 독도 문제를 보면 이미 일본은 일본제 시치미를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주 교묘하고도 정밀한 독도 영유권을 위한 시나리오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들에게 남은 과제는 세 가지일 것이다. 한국의 시치미가 스스로 지워지기를 기다리거나, 조금씩 지워나가거나, 떼어버리고자 하는 도발일 것이다.

첫째의 것은 희박하다. 다만 한국이 자충수를 두는 경우가 더러 있으니 그들의 입장에서는 포기할 일이 아니다. 또 눈치에 들끓었다가 슬그머니 철회하는 한국정부의 일관성 없는 자세도 기대할 만하다. 우선 자충수는 1998년 체결한 2차 한․일 어업협정이 그것이다. 독도가 아닌 울릉도를 기점으로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잡음으로써 독도는 ‘중간수역’에 편입하게 된 것이다. 물론 협정서에는 어업에 관한 사항 외 국제법상 다른 어떤 문제와도 관련 없음을 밝히고 있고, 이 수역에서의 우리 어획량이 상대적으로 1.5배가량 많다고는 하나 지금에 와서 보면 일본의 한 수 높은 전략에 우리 정부가 당한 꼴임을 부인하기 어렵게 되었다.
우선 일본은 각종 자료에 영유권자가 확실하지 않다는 뜻에서 ‘잠정수역’이라 명기하여 왔고 이는 일본이 국내외에 독도를 다케시마로 하여 그 위치를 설명할 때 요긴하게 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일본 자국민의 무관심이나 부정적 태도를 우선 계몽해야하는 과제가 있었던바 이 잠정수역 지도는 매우 유효한 홍보 수단이었을 것이다. 시마네현 홈페이지나 일본 교과서 명기와 관련하여 위치 설명 자료에는 이 잠정수역이 명기된 지도가 등장한다.

이는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정부의 미숙한 판단이서 기인한 바이고 보면 과히 자충수라 할 만한 하다. 더욱이 주한 일본대사관과는 달리 주일대사관의 경우 스스로 독도 관련 자료를 삭제하기도 하니 일본의 입장에서는 더욱 포기 못할 일이다.

둘째 것은 매우 교묘하고 질기다. 일본의 시치미 조금씩 지우기는 전방위적으로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지고 있다. 그 대상에 한국인도 예외일 수 없다. 가령 시마네현(島根縣)의 홈페이지에서 독도를 설명한 대목을 발췌해서 보자.
“이 섬은 마실 수 있는 식수가 부족하여 사람이 상주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으나, 섬 주변 일대는 남쪽에서 올라오는 쓰시마난류와 북쪽으로부터의 리만한류가 교차하여 어패류의 종류도 수량도 매우 풍부합니다. 배타적경제수역 200해리 시대를 맞은 지금, 주변 해역은 수산업 발전과 수산자원의 확보라는 관점에서 매우 큰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친절하게도 한국인을 겨냥한 이 한글 싸이트의 독도 설명에 의의를 달 한국인은 별로 없을 것이다. 식수가 없으면 주거할 수 없고 사람이 없으니 무인도인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유엔 신해양법 121조 3항 "인간이 거주할 수 없거나 독자적인 경제 활동을 유지할 수 없는 암석은 배타적경제수역이나 대륙붕을 가지지 아니한다.“와 연결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그 암석은 국제법에 따른 발견이나 선점에 따른 법적 요건을 갖추어 영토에 편입시킨 국가가 영유하는 것이므로 무심코 일본의 설명에 동조하다보면 독도의 임자는 모호해져버린다.

특히 이 시치미 떼기는 일본이 일정한 성과를 가시적으로 거두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동해 표기를 일본해로,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의 리앙쿠르암(Liancourt Rocks)’ 여기에 잠정수역까지 그리고 정작 우리가 표방했던 조용한 외교를 통해 한국의 불법점거를 인지시키고 자국민 영유권 교육이나 국제재판소 제안 등의 평화적 방법을 모색하는 일본정부라는 인상까지 덤으로 얻고 있다.

최근 미 국방부 산하 국립지질정보국(NGA)이 독도의 영유권 표기가 최근 미확정 상태(Undesignated Sovereignty)로 변경된 것도 이러한 일본의 독도 시치미 조금씩 지우기의 결과임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입장에서 제 발 저린 탓도 있으리라 보면 지나친 생각일까? 전후 연합국총사령부 당시 훈령(SCAPIN)에는 독도를 명시하여 일본 관할구역에서 제외시켰으나 일본의 로비에 의한 대일강화조약에서는 그 명시를 뺀 것이나 1952년 독도를 주일미군의 폭격훈련지로 삼았다가 한국의 항의로 해제한 바 있는 미국의 전력에 비추어 볼 때 그들이 가진 오류를 희석시키기에는 ‘잠정구역’이 적의하고 장차 분쟁시 모호하게 취해야 하는 입장을 고려하면 내심 중간적 태도를 견지하고도 싶을 것이다. 이 또한 일종의 시치미를 떼는 행위이다.

셋째 번의 것은 먼 장래의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재무장과 우경화 속도로 볼 때 이 개연성을 지나친 우려로 본다면 과거 침탈의 역사도 이러한 안일함에서 온 것임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개연성 있는 분쟁의 시작을 짚어보자. 한국은 2001년 남쿠릴열도(북방 4개섬)에서 이 지역의 실효지배국인 러시아와 협정을 맺고 조업을 한 바 있었다. 이 때 일본은 “이 지역이 러시아와 영유권 분쟁이 있는 곳으로서 주권적 권리를 일본이 주장하고 있으므로 일본의 허가를 취득하지 않고 불법 점거하고 있는 러시아의 허가를 얻어 조업하는 것은 어업 문제에 그치지 않고 극히 심각한 법적, 정치적 문제이다“라고 한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한 바 있다. 이러한 태도가 장차 독도 수역에도 적용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우리 속담에 ‘염치와 담 쌓은 놈’이라는 말이 있다. 전범의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제2의 영토 침탈의 야욕을 버리지 않는 한 일본은 담 쌓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염치 자체가 없는 나라라 해도 좋으니 언제 독도의 시치미를 통째로 떼려고 할지 모를 일이다.

이제부터 우리의 시치미를 잘 갈무리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우리의 시치미를 능동적으로 알려야 한다. 흔히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지 말자는 전략으로 대응의 수위를 늘 낮췄던 정부는 이제 깨달아야 한다. 이미 세계가 다 분쟁지역으로 알고 있는데 정부만 쉬쉬 하고 있었음을. 그러므로 전시성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처방과 장기적인 전략과 구체적인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제2의 영토 침탈의 야욕을 이슈화하여 세계평화와 도덕성 문제로 전략화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는데 가장 필요한 학술적 차원에서의 대처가 긴요하므로 신진학자를 양성하고 학술단체 간의 유기성을 조직화하여야 한다. 각종 단체도 한일교류의 무조건적 단절, 폭력적 시위 같은 지나친 감정적 대응보다 의연하고도 합리적 항의 수단이 강구할 때이다.
더욱이 일본이 교과서로서 독도 문제를 다루는 만큼, 자라나는 세대에게 정신적으로나 논리적으로 뒤지지 않도록 체계적이고도 정치한 교육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독도의 당위성이 홍보 또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자료를 접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 모두가 참여하는 실무협의체가 있어야한다. 가령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는 우리 정부의 공식 연구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의 <일본 외무성의 독도 홍보 팜플렛에 대한 반박문> 링크를 공통적으로 하는 등 국민과 일본인들에게 우리의 논거를 명료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 입장에서 일본 시마네현 홈페이지를, 일본인 입장에서 경상북도 홈페이지를 각각 살펴보더라도 일본은 전문점처럼 느껴지고 우리 것은 잡화점식 나열로 느낀다면 나 또한 그들의 시치미 지우기에 말려들고 있지 않은 지 염려된다.

<이만식 / 경동대학교 교양대학장, 시인>


박성수 기자 / press@syinews.co.kr입력 : 2018년 0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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