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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식 칼럼] 6.13 지방 선거, 나의 한 표는 내 가치를 대신한다.


속초양양인터넷뉴스 기자 / press@syinews.co.kr입력 : 2018년 06월 07일

ⓒ 속초양양인터넷뉴스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내 일을 잘 봐주지 않은 전력이 있고 지지하는 당도 아닌데 유능하고 청렴하다. 또 한 사람은 오랜 인연이 있고 인심도 좋으나 사리 분별과 지식이 얕다. 나는 투표용지 어느 칸에 찍을까?
선뜻 결정할 수도 있지만, 막상 곰곰이 저울질해보면 쉽지 않다. 선출이란 따지고 보면 나의 생각과 참여를 대리하는 행위자를 뽑는 것이다. 자본주의와 대의민주주의에서 내 이익을 대변하는 자를 지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편 개인의 이익보다 지역과 역사의 이익을 우선시할 수도 있다. 그러하니 지지하는 후보가 일치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으나 상충하면 고민이다.

"투표용지와 투표도장을 쥐는 순간 나는 임금이요 대통령이다."

판단의 기준이 필요하다면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붉은 투표 인장은 나의 자존심이고 가치관의 상징이다’라고. 그리고 생각을 더 한다. 대통령이 인재를 등용하여 임명하듯이 내가 지금 이 순간 인재를 등용하는 것이라고. 그렇다. 내가 투표장에 들어서서 투표용지와 투표도장을 집는 순간 나는 임금이요 대통령이다. 그러하니 함부로 지명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하겠다.
내가 세종대왕으로 가정한다면 어찌했을까? 실록에서 잇닿는 두 가지를 살펴보면, 세종은 첫째, 정치하는 요체는 인재를 얻는 것인데 그 직무에 적당한 자이면 모든 일이 다 다스려지게 된다(세종 5년). 둘째, 지방의 수령을 잘못 만나면 백성이 그 해를 직접 입게 되므로(세종 8년), 절조와 염치가 있는 자와, 마음에 작정한 것이 강개하며 바른 일을 능히 하는 자를 뽑는다(세종 20년). 요컨대 직무 능력을 중요시하는 전문성과 정직한 심성과 바른 행위를 하는 자를 선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대가 뽑은 그 인물은 그대와 원수지간이 아닌가"

위의 고민과 유사한 일이 중국에도 있었다. 춘추시대 진나라 왕인 평공(晋平公)이 지방관의 자리가 비자 측근 대신인 기황양(祁黃羊)에게 적임자가 누구인가를 묻는다. 그 대신은 한 인물을 추천한다. 평공이 놀라며 되물었다
"그 인물은 그대와 원수지간이 아닌가?”
그러자 이리 말한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하는 법입니다. 왕께서는 관리에 누가 적합한지를 물으신 것이지 저의 원수를 물은 게 아닙니다.”
라고 하였다. 천거한 지방관은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
또 얼마 후, 평공이 조정에 자리가 비어 적임자를 물었다. 기황양은 대답했다.
“이 젊은이가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평공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했다.
“그대의 아들이 아니오? 어찌!”
“누가 적임자인지를 물으신 것이지, 저와의 관계를 물은 것은 아닙니다.”
그 젊은이 역시 모든 일을 공평하고 탁월하게 처리하여 칭송을 받았다.
『여씨춘추』와 『진서』에 나오는 얘기다. (內擧不避親, 外擧不避仇' 내부에서 인재를 뽑을 때 친함을 피하지 않았고, 외부에서 발탁할 때 원수를 외면하지 않았다')

삼국시대 공명 선생 제갈량은 인재 발탁의 기준으로 1. 심지가 바른 지를 본다(옳고 그름을 가리는 사람). 2. 지식을 시험해 본다(전문적 식견이 있는 사람). 3. 용기가 있는지 알아본다(추진력 있는 사람). 4. 돈으로 유혹해 본다(청렴한 사람). 5. 신의가 있는지를 시험해 본다(약속을 지키는 사람) .
그렇다. 이를 충족한 자라면 자기와의 친소 관계나 지연과 학연에 연연하지 않고 뽑아야 한다. 그렇게 투표로 실행하면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를 발탁하는 최고의 용인술을 지닌 유권자라는 왕의 자격이 있다. 이는 자존심을 지킨 것이고 자기 가치를 한껏 드높인 것임이 틀림없다.

선거의 기원이 된 고대 그리스 정치에서도 공직자를 선출할 때 신과의 협의로 간주하고 신중했다고 한다. 서라벌의 여섯 촌장이 안산에서 대회를 열어 통솔 군장인 박혁거세를 선출하였고, 이 바른 선택이 최약체 부족들을 신라로 출범하게 하였고 결국 통일을 이루는 나라가 되는 단초가 된 것이다. 

"출마자의 면면을 다시 살피자"

더하여 인재 선출에서 현실적으로 중요한 것이 또 있다. 내 고장 발전이 교량을 놓는 일이라 빗댄다면, 인재를 잘 뽑는 것은 교각을 먼저 튼튼히 세우는 일이다. 새로운 세계로 건너가는 중요한 가교의 기반인 셈이다. 다리가 부실하면 진로가 안전치 못하고 결국 추락한다. 그러므로 지역 실정을 꿰뚫고 특장을 살려 발전된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느냐가 교각 역할의 근본 자질이다. 진보·보수진영의 이념이나 지지 정당의 소속 여부는 튼튼한 교각의 자질이 아니다. 이는 부수적인 치장일 뿐이다. 요즘 정쟁으로 어수선하다. 지방 자치 선거는 정쟁보다 주민자치의 본질을 지켜내고 발전시키는 것이 요체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온전히 유권자의 권리이고 자존이며 몫이다.

남은 기간 우선 출마자의 면면을 다시 살피자. 소문이나 남의 의견에 연연하지 않고 내가 직접 꼼꼼히 살피는 것이다. 왕의 노릇 제대로 해보자는 심산으로. 공약, 능력, 실현 가능성과 아이디어를 먼저 보자. 그리고 허울 좋은 이력, 부적절한 재산, 병역 회피, 전과 이력, 세금 납부 여부와 학력까지도 살펴 민주시민의 기본자질과 지도자가 지녀야 할 자질을 파악하자. 6.13 지방선거에서는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을 대표하는 교육감 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이 교육 수장도 대충해서는 후학이 위태롭다.

세종은 이리 말했다. ‘대저 열 집이 사는 고을에도 반드시 충직하고 신실한 사람이 있다. 어찌 사람 없음을 걱정하랴. 지금도 사람은 반드시 있을 것이로되 다만 몰라서 못 쓰는 것이다(세종 20년).” 그러니 모르고 투표장에 가서야 되겠는가? 다시 면면을 알아보자. 그리고 바르게 뽑자.

<이만식 / 경동대학교 교양대학장, 시인>

 이만식 / 경동대학교 교양대학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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