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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춘추] 나는 기생하는가?


속초양양인터넷뉴스 기자 / press@syinews.co.kr입력 : 2020년 02월 24일
나는 기생하는가? 자존감에 대답을 잠시 유보하지만, 딱히 부정할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 우주와 태양에, 지구와 생물에, 인류와 국가에 그리고 직장과 동료에, 부모와 가족에 등등 나는 분명 붙어산다. 그런데 누구나 기생하기보다 공생한다는 말을 하고 싶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수상했다. 세계가 놀랐다.

‘관계’(1980)라는 유재용 작가의 단편소설은 가난한 비장애인과 부호인 지체장애인 관계 이야기이다. 장애인의 수발을 들면서 대신 결혼하고 아이마저 데리고 잠적한 것을 묵인하고 상당한 금전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일종의 상호이익적 공생인 상리(相利) 관계인 셈이다.

생물 세계에서는 흔하다. 뿔개미는 부전나비 애벌레를 집으로 가져와 번데기가 될 때까지 키우기도 한다. 때로 개미 유충까지 먹히면서까지. 대신 페르몬과 아미노산이 풍부한 분비물을 받아먹는다. 공생은 상호호혜만이 있는 게 아니라 이익이 한쪽에만 있기도 하고 해만 끼치는 공생도 있다.

영화 기생충은 어떤 공생일까? 여야나 노사 관계 나아가 계층 간은 어떨까? 분명한 것은 선의든 필요악의 존재이든 존재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라진다 해도 대체된다. 문제는 삶의 균형이 폭력이나 부당한 대우로 한 쪽이 무너지는 생태 환경에 이르렀을 때는 공멸한다는 점이다.


영화를 두고 대개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부의 불평등’ 문제를 짚었다 하나 근본은 관계의 파괴로 보인다.

두 가족은 상호 기생의 관계이다. 영화에서 선을 넘지 말라는 대사가 나온다. 고착화 된 의식과 현실을 빗댄 말이기도 하지만, 기택(송강호) 가족이 한 명이 아니라 전부가 의존한 것이나, 박 사장(이선균) 가족이 냄새를 매개로 한 모멸스러운 태도를 반복적으로 보인 것은 관계선의 훼손이다. 관계가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불손하면 결국 공생의 관계는 해체되고 비극적 결과를 낳는다 하겠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공생은 어떤 모습일까? 역설적으로 비극을 다루면서 휴머니즘적인 상생을 제시하고 싶었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이러한 정신적 기저를 드러내었다.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다른 후보 감독들과 함께) 오등분해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준비하지 않았다는 즉흥적인 이 말, 바로 한국의 고대 정신인 ‘만물 상생’의 DNA이기도 했다.
↑↑ (이만식 / 경동대 온사람교양교육대학장. 시인)
ⓒ 속초양양인터넷뉴스
(이만식 / 경동대 온사람교양교육대학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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